“한여름의 한낮,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 사람들은 종종 “매미가 운다”고 표현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시끄러운 듯도, 애틋한 듯도 들리는 그 울음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오늘은 매미가 왜 우는지, 그 짧지만 강렬한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매미가 우는 이유는 단순히 “여름이라서”가 아닙니다.
매미가 우는 진짜 이유
사실 매미의 울음은 그들의 삶의 절정이자, 짧은 청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러브송입니다. 매미의 대부분 인생은 땅속에서 유충으로 보내집니다. 3년, 7년, 혹은 어떤 종은 17년 동안 차가운 흙 속에서 뿌리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조용히 자랍니다. 그러다 어느 여름, 성충이 될 시간이 되면 매미는 땅 위로 올라와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칩니다. 그러나 이 ‘성충’ 시절은 길어야 한 달 남짓. 먹는 것도 거의 없고, 오직 번식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매미 수컷의 울음은 생존 전략이자 마지막 무대입니다. 매미는 배 속에 있는 ‘발음판(tymbal)’이라는 얇은 막을 떨게 하여 소리를 냅니다. 종마다 울음소리와 리듬이 다르며, 이는 마치 음표가 다른 사랑 노래처럼 암컷 매미에게 “나 여기 있어!”라고 알리는 신호입니다. 소리가 클수록, 리듬이 뚜렷할수록 건강한 수컷임을 의미하므로 암컷이 짝을 고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울음에는 또 다른 기능도 있습니다. 한 무리가 동시에 울어대면 포식자가 특정 개체를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소음 속에 숨는’ 셈이죠. 또, 어떤 종은 낮 기온과 햇빛의 세기에 따라 울음의 강약이 변하는데, 이는 무더운 여름 한낮의 배경음을 만들어 인간에게도 익숙한 ‘여름의 소리’로 남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매미가 우는 건 거의 전부 수컷이라는 겁니다. 암컷은 조용히 나뭇가지에 앉아, 귀로 상대를 고르고 꼬리로 신호를 보낼 뿐입니다. 그러니 여름날 들리는 그 시끄러운 합창은 사실 ‘사랑을 향한 외침’이자, 생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의식입니다.
인간이 보기엔 단순히 “시끄럽다” 느껴질 수 있지만, 매미에게 울음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남기는 절박한 행위입니다. 땅속에서 긴 시간을 견디고, 단 한 번의 계절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터뜨리는 그들의 노래는, 알고 보면 여름보다 더 뜨겁고, 짧아서 더 아름답습니다.
마치 우리도 어떤 순간엔, 세상에 들리든 안 들리든, 온 힘을 다해 울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다음에 여름 숲속에서 매미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저 소음으로 넘기지 마세요. 그것은 땅속에서의 오랜 기다림 끝에, 단 한 번의 계절을 위해 쏟아내는 뜨거운 노래입니다.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다해 사랑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어쩌면 우리에게도 ‘지금 이 순간을 전심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건네고 있을지 모릅니다.
